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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려 “통역, 어렵지만 재밌고 보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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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89
등록일: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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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려 “통역, 어렵지만 재밌고 보람있어”
2013/08/29 14:20
입력
박진려 통역사 겸 하나어학원 원장 인터뷰
인터뷰 진행 및 글: 정수연(JIKS 10) 이재미(JIKS 10) 데일리인도네시아 학생기자
▲ 데일리인도네시아 학생기자들이 지난 23일 한국어-인도네시아어 양방향 통역부문에서 손꼽히는 박진려 하나어학원 원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한하림 학생기자, 이재미 학생기자, 정수연 학생기자, 박진려 원장,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현정원 학생기자, 현창연 학생기자.
“통역을 하는 순간은 피가 마르는 느낌이 날 정도로 긴장하지만 통역을 마치는 순간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특히 통역한 자리가 발전적인 분위기로 마무리 되면 뿌듯합니다”
한국어-인도네시아어 양방향 통역부문에서 손꼽히는 박진려 하나어학원 원장은 "언어는 말인데 우리는 말을 안하고 공부만 합니다. 영어 습득에 실패하는 이유도 언어를 학문으로 공부하기 때문입니다"라며 23일 본지
학생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단정한 차림으로 학원을 방문한 학생기자들을 맞이하고 예쁜 빛깔의 인도네시아 전통 떡과 음료수를 권하면서, 인터뷰 내내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박 원장은 “주변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잘하는 사람을 몇 사람이나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그만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어 통역사는 부족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통역사로서 활동하려면 어학코스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대학에서 언어를 전공하고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한 나라의 언어를 잘 사용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언어를 뛰어넘어서 사회 전반적인 이해가 뒷받침되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역이 겉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순간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힘든 노동이고, 양국의 정치∙사회∙문화∙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함께 사안에 따라 해당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신 시사용어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TV와 신문을 보면서 주요 인물들의 얼굴을 익히고 현안을 꾸준하게 따라잡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역 도중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모른다고 말하고 다시 물으면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며,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제대로 통역을 못하면 상대방의 표정에서 보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엉뚱한 답을 하면 의뢰인도 바로 알게 됩니다”며 “실수나 창피함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직하게 통역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 박진려 하나어학원 원장
<다음은 박진려 원장과의 일문일답>
▶ 인도네시아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인도네시아에 1987년 12월에 왔으니 25년이 되었네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고,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왔습니다.
▶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처음에 진로를 고민할 때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활동적이고 많이 다닐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외국어대학이고, 희소성이 있는 어학을 고민하다가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인도네시아어 학과가 있는 대학이 두 곳뿐이어서 상대적으로 배출되는 인력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보다는 면적, 인구, 지하자원이 많아서 가까운 미래에 인도네시아 붐이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도네시아어를 잘하는 사람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통역사로 활동하신 지 얼마나 되나요? 학생들에게 통역사에 대해 소개한다면?
-- 족자카르타 가자마다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20년 정도 통역사로 활동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어를 전공을 할 경우 1차 목표는 통역사가 될 것입니다.
통역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겨 주는 일이고 통역사는 그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뜻이 통하기 위해서는 단어적 표현이 아닌 의미론적 표현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 역사. 정치 등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 통역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 통역사는 행사의 주최는 아니지만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통역이 제대로 안되면 다음 일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통역사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호칭이나 단어를 통해 행사에 임하는 자세와 분위기까지도 읽고 전달해서 의뢰인이 대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 인도네시아어 통역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인도네시아는 우리말처럼 의미가 함축된 한자어가 없어서 우리말 단어보다 깁니다. 가끔 우리말로는 2-3문장 밖에 안 되는 짧은 말이지만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하면 길어지고 또 인도네시아식 관용 표현이 들어가다 보면 더 길어지는데, 한국사람들이 이것을 이해를 못해서 제가 통역 중 개인적으로 첨가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통역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을 드리는 편입니다.
▶ 통역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한국에서 한 정당 대표가 오셔서 인도네시아 집권당 당수와 만나는 자리였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자 대표께서 기분이 좋으셔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시겠다며 “우리 속담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집권당이 거의 30년 집권하셨으니 인도네시아가 적어도 3번이나 변하지 않았나 합니다” 라고 말하고 추가 설명도 없이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그냥 3번 변했다는 말을 잘못 통역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어서 발전적인 의미임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 있습니다.
▶ 통역사 활동을 하며 느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정서적/문화적 차이는 무엇이 있나요?
-- 인도네시아는 말에는 인사치레가 앞뒤 붙어야 하는 문화적인 면이 강합니다. 예를 들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누구누구라고 하더라도 공직자일 경우 그 사람의 직책 및 성명(full name)을 호명해야 하므로 길어집니다.
한편 우리말에는 ‘수고하다’ 등 인도네시아어에 없는 고유의 말들이 있는데 이것을 그 상황 및 참석자들에 따라 맞게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문화의 특성상 직설적인 표현이 드물기 때문에 통역을 할 때도 말을 완곡하게 풀어서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외교적인 언어에서는 예스와 노를 분명히 하지 않고 향후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대답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확답을 받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 통역사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 인도네시아어는 아직 자격증을 가진 동시통역전문가가 없어서 향후 동시통역사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통역비용은 기본적인 선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이 됩니다. 예를 들면 행사의 사회를 맡아 진행 및 통역을 같이 하게 되면 보수를 더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익과 관련된 행사의 경우 보수와 상관 없이 통역을 하기도 합니다.
▶ 인도네시아어 통역사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 전문 통역사는 현재도 그렇지만 향후 각광받는 직업이 되리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날이갈수록 더 긴밀해 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역사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인도네시아어 통역사는 시작하는 단계로 대학부터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해서 통역사가 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또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한국어-인도네시아어-영어 등 3개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면 훨씬 쓰임이 많을 것입니다.
▶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할 때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인도네시아인들과 생활하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직접 말을 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언어는 말인데 우리는 말을 안하고 공부만 합니다. 영어 습득에 실패하는 이유도 언어를 학문으로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시기에는 모국어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유리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와서 어학 코스와 석사 과정을 할 때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사는 하숙집에서 더불어 살면서 거의 24시간을 인도네시아어만 사용한 덕에 인도네시아어 듣기와 말하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문이 곧 회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학교 수업 및 숙제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어로 된 글을 많이 읽었고 또 인도네시아어로 마깔라(Makalah) 즉 리포트를 작성하려면 작문능력이 중요했는데, 이것이 고급 회화 및 공식 통역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인도네시아어 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인도네시아어에서 외래어 중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래서 시사적인 언어로 갈수록 인도네시아어 형태로 변화해 사용하는 영어 단어 비중이 커져서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과 같은 높임말은 없으나 실제로는 높임말의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가 많아서 중급 이상은 어려워지지만 언어를 배우는 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이나 식사를 말할 때는 마깐안(makanan)이라고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높임말을 할 때는 고대궁중용어에서 차용한 산따빤(santapan)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 지역전문가로서의 활동도 소개해주십시오.
-- 인도네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특강 형식으로 기업이나 학교에서 강의합니다. 인도네시아어를 교육하는 하나어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직원들과 일반인들이 주로 수강합니다.
또한 코이카 단원 현지 적응교육(언어와 문화),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취업하려는 (신라대.부산외국어대) 대학생들에게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통역사와 지역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 인도네시아 정치, 사회, 경제 등 전반적인 지식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므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면 힘듭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슈와 인물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늘 대중 매체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에 대한 첫 인상은?
--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대학 4년 동안 복사본 교재에서 흑백사진으로 보기만 했던 호텔인도네시아 앞 슬라맛 다땅(Selamat datang) 동상 등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기쁨이 컸습니다.
그리고 질식할 것처럼 덥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 느끼는 청량감도 좋았습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 영어와 인도네시아 통역 전문과정 공부, 인도네시아어 교재 쓰기, 인도네시아어 문학작품 번역 등입니다.
통역사는 인도네시아어 전문이더라도 영어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관련 학과가 많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호주에서 인도네시아어-영어 통역 학위과정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못했지만 인도네시아어 통역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권하고 싶은 과정입니다.
좀더 나이가 들고 공부를 더 하고 나서 완성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어 교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은 활자로 남기는 것이 두렵고 이름 석자를 건 책을 저술하는데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 문학을 전공한 만큼, 인도네시아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 사진(좌)한국 경제 사절단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예방 (우) 양국 산업자원부 장관 포럼 통역 장면. 박 진려 하나어학원 원장이 중간에서 통역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 진려 원장)
<박진려 원장 약력>
△1988년 부산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어과 졸업 △1992년 국립 가자마다대학교(UGM) 문학석사 △1997~2002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UI) 박사과정 수료 △1992~1993 부산외국어대학교 강사 △1993~2002 자카르타 UNAS 대학교 한국어과 파견교수 △1995~현재 KOICA 인도네시아어 현지 교육 담당.
△김대중 대통령 국빈 방문 △노무현 대통령 국빈 방문 (2회) △이해찬 국무총리 국빈 방문 △이명박 대통령 국빈 방문 △장관 및 고위 인사 공식 방문 △각종 비즈니스 포럼 통역 △2005~현재: 하나어학원(HLC) 원장
하나어학원 :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연수 지정기관 △부산외국어대학교 및 신라대학교 해외취업연수 지정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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